2020년을 들어서면서 계획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를 저질렀습니다.
2월의 시작과 동시에 치질 수술을 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치질이 생긴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설사도 자주하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도 있어 고등학교때부터 이미 치질은 발병하였습니다.
거의 10년정도를 방치하고 있다가 결국 2년전부터 피를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장내시경도 받아보라고 해서 봤는데 결과는 깨끗.
겸사겸사 받은 위내시경에서 역류성 식도염 진단만 받았습니다.
처음 치열(찢어져서 통증과 출혈이 발생)이 나타났을때는 약을 먹었더니 한 1년간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다시 발생하더니 2주간격으로 반복되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마침 작년 연차수당이 두둑하게 나와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진단은 설 일주일 전에 집근처 항외과에서 다시 받아 수술 일자를 잡고, 2월 1일에 수술하기로 하였습니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수술받고 입원하고 다 했습니다.
아래 접은 글은 그간의 기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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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하루종일 입원실에서 혼자 심심하게 있을거라 예상을 하여 컴퓨터를 하면서 밤을 샜습니다.
새벽 6시부터 4시간정도 자고, 11시에 수술을 하러 갔습니다.
이때 밥을 먹었어야는데, 밥을 안해놔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갔습니다.
입원실에 짐을 놓고, 가운으로 갈아입으면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관장을 해주십니다.
관장주사를 놓으시고 5분정도는 참으라고 하시는데, 아침에 화장실도 갔다오지 않았던터라 5분은 커녕 2분만에 쏟아버렸습니다.
나오는 건 많지 않은데 배는 계속 아파서 힘들었습니다.
관장이 끝나고 드디어 수술실 행
무통주사를 왼손에 꽃고, 옆으로 누워 새우등을 하고 있으면 척추마취를 해주십니다.
마취 후 엎드려 있으면 엉덩이를 테이프로 고정해 벌리고 수술이 시작합니다.
수술은 한 15분정도 진행이 됩니다. 엉덩이를 만지는 느낌은 들긴 하지만 마취덕분에 통증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아직 마취가 덜됐는지 레이저 소리가 날 때 마다 왼쪽 종아리가 따끔따끔하더니 이내 그 느낌마저 사라집니다.
수술이 끝나면 이동침대에 팔로 몸을 옮겨 입원실로 이동합니다.
12시 좀 넘어서 입원실에 들어가고, 간호사 선생님이 6시간정도는 상체를 들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십니다.
베개도 베면 안되고, 소변이 마려울 때 까지는 가만히 누워있으라고 하십니다.
낮잠을 잘 안자는 편이여서 그런지 밤에 잠을 안잤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깨더군요.
한 4시쯤 지나니 슬슬 마취가 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통이 점점 심해집니다. 엉덩이를 인두로 지지는듯한 느낌이 점점 심해집니다.
무통주사는 15분에 한번씩 누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무통주사를 눌러도 효과가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무통주사가 있어서 그나마 그정도라고 생각이 되네요.
6시쯤에 드디어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갔는데 실패.
하루종일 물을 마신적이 없고, 엉덩이 통증때문에 영 안나옵니다.
한 3, 4번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다가 마신게 없는데 뭐가 나오겠냐는 결론에 도달.
정수기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니 그제서야 찔끔 나옵니다.
소변도 안봤는데 왜 물을 마셨냐고 간호사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엉덩이가 뜨겁다고 농담으로 대답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수술을 하셨던터라 얼마나 아픈지 잘 아십니다.)
밤 8시쯤에 무통주사를 맞는 왼손 손목쪽이 부어올라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오른손 손등에 다시 꼽았습니다.
아이패드랑 휴대폰이 있었지만, 평소에 누워서 잘 안하다보니 영 하기 힘듭니다.
혼자 있는건 꽤나 심심해서 퇴원할때까지 TV 를 켜놓고 있었습니다.
2월 2일
새벽 6시쯤 깨서 엉덩이에 주사를 한대 맞고, 7시쯤에 엉덩이에 있던 큰 거즈를 빼고 작은 거즈로 교체하였습니다.
무통주사는 한참 남았지만 퇴원해야 하므로 ㅂㅂ
퇴원하기 위해 일어났을 때 알았지만, 누워있던 자리의 엉덩이가 있던 곳에 큰 피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저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8시 좀 넘어서 옷을 갈아입고 약과 좌욕기, 거즈, 식이섬유를 받아 퇴원하였습니다.
버스로 두 정거장정도 지나서 집에 도착.
해놓은 밥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여 편의점에서 컵밥과 요구르트를 구매.
전날에 하루종일 굶어서 거의 36시간만에 첫 끼를 먹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전날에 주문해두었던 도넛방석이 도착하여 바로 의자에 세팅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이 방석이 꽤나 유용했습니다.
일반 방석과 큰 차이는 없는데, 가운데가 뚤려있어서 수술한 부위에 압력이 덜 가해집니다.
일요일이고 잠도 부족하여 대충 밥과 약을 먹고 잠을 더 잤습니다.
오후부터는 무통주사가 없는 고통이 심하게 느껴집니다.
엉덩이에서 피는 계속 나오니 거즈는 수시로 교체해주어야 하는데, 고통이 심해서 움직이기가 영 힘듭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하란대로 좌욕도 자주 해주고, 식이섬유약도 먹어줍니다.
하지만 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2월 3일
월요일이지만 연차를 내서 집에서 쉬었습니다.
새벽에 사포로 문대는 듯한 통증때문에 깨면서 연차내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변의는 계속 오는데, 엉덩이는 아프고, 변은 나오지 않고.
결국 저녁에 변을 보긴 했는데, 변비에 걸린것같이 힘들게 얇은 변 하나 보았습니다.
변을 보고 나서는 엉덩이가 너무 아파 매우 힘들었습니다.
2월 4일
시간은 지나고, 출근일이 왔습니다.
엉덩이는 아프지만, 돈을 벌려면 출근은 해야죠.
수술 3일만에 출근이 말이 되냐...생각했는데, 하면 되긴 합니다.
가방에 방석을 넣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근.
방석을 가방에서 꺼냈다 넣다 하기 귀찮으니 걍 서서 갔습니다.
회사 의자가 쿠션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방석위에 앉아야 훨씬 덜 아픕니다.
그래도 아픈건 어쩔수가 없어서 점심시간 이외에는 퇴근할 때 까지 거의 하루종일 한 자세로만 앉아있었습니다.
소변이 굉장히 자주 마려운데 엉덩이가 아파서 소변이 끝까지 안나와서 고생하였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택시를 타고 병원에 방문.
의사 선생님이 엉덩이를 보시고 소독을 해주시는데, 찢어지는듯한 고통이 느껴져서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추가적으로 주셨습니다.
출근도 힘들었지만, 퇴근도 힘듭니다.
평소 앉아갈 수 있는 버스를 피하고, 지하철로 서서 갑니다.
식이섬유약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났는지 저녁부터는 변이 왕창 나왔습니다. ( 많은 양에 따른 고통은 덤 )
전에 본 인터넷 게시물에 써있던대로 힘을 안주고 나오는대로 저절로 흘러가게 해야 그나마 덜 아픕니다.
변을 본 이후에는 항상 좌욕판을 놓고 5분간 좌욕을 합니다.
이 날만 화장실을 세 번 갔습니다.
2월 5일 ~ 2월 7일
아침, 저녁, 자정으로 좌욕과 함께 변을 보면서 변비 걱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루에 3번씩 봐도 괜찮은지와 배변과 함께 동반하는 고통이 고민이였습니다.
다만, 낮에도 변의가 있어서 영 불편하였습니다.
회사에서 변을 보는건 아직은 영 불안합니다.
밑을 닦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엉덩이에 손을 댈 자신이 없습니다.
통증은 여전했고, 새벽5시쯤에 자다가 너무 아파 종종 깼습니다.
새벽에 피곤한데 고통때문에 잠은 못자니 좌욕을 하고, 상비약으로 있던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잤습니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그래도 먹으면 자다가 깰 확률이 줄어들기에 먹었습니다.
2월 8일 ~ 지금
수술한 지 일주일쯤 되니 슬슬 타이레놀을 안먹어도 참을만합니다.
배변시 통증은 줄었긴 하지만 그래도 존재합니다.
피는 양이 줄었지만, 여전히 나오기 때문에 거즈는 계속 갈아줘야 합니다.
방석없이도 앉을수는 있지만, 거즈때문에 불편해서 아직은 방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슬슬 변을 보게 되는데, 집에서는 샤워기로 씻으니 만질일이 없지만, 밖에서는 물티슈로 뒷처리를 해야합니다.
최대한 자극이 없도록 톡톡 두들겨서 닦아냅니다.
엉덩이가... 옛날에 울퉁불퉁한 엉덩이가 아니라서 영 이상합니다.
변을 볼때마다 피가 나오는건 여전해서 물티슈에 피가 묻어나오는것도 신경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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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지 얼마 안되었을때는 고통속에서 왜했는지 후회를 했지만, 그래도 피가 계속 나오는 이상 언젠가는 해야되는 수술이였습니다.
좌욕과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엉덩이가 다시 매끈해졌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 한달간은 거즈를 계속 교체해줘야하고, 음주나 자극적인 음식도 먹으면 안됩니다.
이렇게 돈도 멘탈도 들여서 수술했으니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이런 고통을 겪고 싶진 않으니 엉덩이 좀 애껴써야겠습니다.